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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 때 여행, 정말 기억 못할까요? Write 편집부 2019-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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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 육아휴직 선언 (feat. 공대 아빠)

    아기 때 여행,
    정말 기억 못할까요?

    제가 본격적으로 여행을 하기 시작한 건 아내를 만나고부터 였습니다. 첫 여행은 자전거 여행이었습니다. 열흘 동안 자전거를 타고 야영을 하며 서해안을 따라 파주에서 해남까지 1100킬로 미터를 달렸지요. 여행이라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을 땐 처음 접하는 낯선 환경에 어안이 벙벙하다 늘 아쉬움을 남긴 채 끝났습니다. 여행을 다니고 경험이 쌓일수록 보이는 것이 더 많아지 더군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과 새로운 환경, 그리고 그 속에서 다시금 발견하는 나의 모습. 우리는 아기가 되도록 일찍부터 여행을 통해 성장하고,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같은 경험을 공유하길 바랬습니다.

    Writer. 김성수

    이상과 현실

    기다리던 아기가 생기고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 부모들은 아기와 함께 즐겁고 행복한 나날을 그리기도 하고, 동시에 육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기도 하지요. 우리 부부는 딸이 뱃속에 있을 때 마지막으로 다녀온 보라카이를 아기가 태어나면 다시 가기로 약속했습니다. ‘아기가 6개월 쯤 되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예상했지요. 지금 생각하면 참 용감하고도 무식한 생각이었습니다. 잠자리가 조금만 바뀌어도 귀신 같이 아는 예민한 기질의 아이와 여행은 커녕 가까운 처가에 가는 것도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영아 동반 여행 프로젝트는 조금씩 미뤄지게 되었지요.

    역사적인 첫 여행

    아이가 10개월 때 일본의 오키나와로 고대하던 첫 여행을 떠났습니다. 여행을 준비하던 순간 부터 공항으로 향하던 차에서까지 얼마나 설레고 두근거렸는지 모릅니다. 마치 백 미터 달리기를 앞둔 사람처럼요. 연신 파이팅을 외쳐대며 누가 보면 남극에라도 가는 사람들 처럼 호들갑을 떨기도 했습니다. 지금 그 때의 이야기를 하면, 그건 여행이 아니라 극기 훈련이라 할 정도로 힘들었던 여행입니다. 가장 기억나는 것은 절대 카시트에 앉지 않던 아기를 두 시간 정도 카시트에 태우고 울렸더니 끝내 카시트에 적응을 한 것. 아니, 카시트 거부를 포기했다는 말이 정확하네요. 아기가 깜짝깜짝 놀라며 동그란 눈으로 돌고래쇼를 보던 모습. 그리고 마지막 날 저녁을 먹다가 아이가 우는 통에 여행 내내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한 아내가 결국 같이 울어버리고야 만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가는 이유는

    식사 자리에서 아내가 울음을 터뜨릴 정도로 힘든 여행일지라도 우리가 또 다시 여행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잊지 못할 우리의 추억 때문이지요. 아직 어린 아이와 함께 여행을 하는 것은 곱절은 힘들고, 할 수 있는 것은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짐은 또 얼마나 많은지요. 여행을 가는 건지 이민을 가는 건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여행 중에 아이가 떼라도 부리면, 문득 여행을 왜 왔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당분간 다시는 안 오리라 결심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아내와 함께 지난 여행 사진을 들추어 보고 이야기 하다 보면 그게 모두 우리 가족의 재산 같은 기억이거든요. 좋았던 기억이든, 힘들었든 기억이든, 아이와 함께 한 여행의 기억은 둘이 아닌 셋인 만큼 훨씬 더 강렬합니다. 지난 여행과 이번의 여행은 아이가 자란 만큼 다른 모습이고, 여행을 통해서 또 한 뼘 자란 아이를 보며, 어느 새 우린 또 다음 여행지를 고르고 있습니다.

    데리고 다닌 여행에서 함께 가는 여행으로

    첫 여행 이후 아이와 참 많이도 다녔습니다. 엄마와 둘이, 엄마 친구네와 함께, 또 우리 가족 끼리, 지난 가을에는 열흘 간 태국 북부의 치앙마이를 다녀왔습니다. 집에서 나와 숙소에 도착하기 까지 14시간이 걸렸는데, 30개월도 안된 아이가 이동하는 모든 과정을 즐기고 여행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생경한 풍경들을 보며 끊임없이 질문하고, 자기가 하고싶은 것을 주장하기도 하고요. 새로운 음식도 가리지 않고 먹더군요. 이렇게 많이 자란 딸을 보며 우리 부부도 무척 놀랐습니다. 사원에서 나를 따라 절을 하고, 조용히 해야한다고 하자 목소리를 낮추고 소곤대던 모습. 엄마와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하이킹 하던 모습. 그림으로만 보던 코끼리와 기린을 눈 앞에서 보고 먹이를 주며 즐거워하던 모습. 제 눈에 담긴 아이의 행복한 모습이 너무나 많습니다. 아이에게는 과연 어떤 것이 남을까요?

    여행의 작용

    아이도 지난 여행에 대해 자주 이야기 합니다. 딸 아이의 기억은 부모의 생각보다 훨씬 세세하고 정확해서 깜짝 놀라곤 합니다. 주말이 되면 오늘은 어디에 갈까 하고 묻기도 합니다. 잦은 여행을 하는 우리 가족에게 ‘그렇게 어린 아기를 데리고 다니는 것이 무슨 소용이냐, 어차피 기억도 못 할 텐데 나중에 커서 데리고 다녀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글쎄요, 우리 부부의 생각은 다릅니다. 몸으로 마음으로 즐거웠던 기억과 행복했던 순간이 쌓여서 어린 시절을 이룰 것이고, 그 힘으로 아이는 평생을 살아갈 것입니다. 혹여 아이가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괜찮습니다. 현재의 우리가 즐겁고 행복하다면 충분합니다. 오늘의 행복은 오늘 누릴 수 있는 것이고, 내일의 행복은 내일의 것이니까요. 우리 딸은 꽤나 예민한 기질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능동적이고 담대한 모습을 보여줄 때가 많습니다. 그것이 아이에게 숨겨진 기질 일수도 있지만 여행을 통한 경험도 한 몫 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이와 단 둘의 여행을 꿈꾸며

    얼마 전 아내가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생각보다 아이는 엄마가 없는 며칠을 잘 견디더군요. 잠들기 전이나 처음으로 엄마 없는 아침을 맞을 때는 엄마가 보고 싶다며 울먹이기도 했지만, 눈물을 쓱쓱 닦고 그 시간을 견뎌내려는 모습이 얼마나 대견스럽던지요. 아내는 딸과 둘만의 여행을 두 번이나 다녀왔습니다. 지금까지는 아빠와 단둘의 여행은 무리라고 생각했는데, 엄마 없는 며칠을 훌륭하게 지내는 걸 보니 부녀 여행도 못할 것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물론, 집에서 보내는 것과 여행지 며칠의 간극은 꽤 크긴 하지만요. 사실 여행이란 것이 가서 즐거운 것 만큼 준비하며 설레고 기대되는 마음이 큰 부분을 차지하기도 하니 아직까지는 아이와 둘만의 여행을 그려보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결국은 함께하는 시간에 관한 것

    아이와의 여행 이라는 건 꼭 해외를 나가야 한다거나, 거창한 계획을 세워 떠나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할머니집에 간다거나, 기차를 타고 교외로 떠나는 것, 하다 못해 한강에 자전거를 타러 나가는 것도 여행이 될 수 있습니다. 집이라는 공간을 떠나 가족들의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은 모두 여행의 일종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의 여유가 되지 않을 때 우리 가족은 도시락을 싸서 뒷산 에라도 갑니다. 아! 그러고보니 저는 지금 여행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실은 일상에 대입해도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군요. 아이와 함께 하는 모든 순간을 소중히 여길 것. 하루하루 자라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우리도 익숙한 것들을 새롭게 바라볼 것. 오늘 주어진 행복에 늘 감사할 것. 우리가족이 더욱 단단해지고, 함께 한 추억이 더 많이 쌓이도록, 우리는 오늘도 더욱 사랑하고 노력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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